3D프린팅 최신 기술동향원자력은 왜 금속 3D프린팅에 주목할까: 열교환기 설계부터 원자로 시험까지

뜨거운 유체에서 열을 꺼내 다른 유체로 전달하는 장치, 열교환기. 겉에서는 금속 상자나 원통처럼 보여도 성능을 고민하는 설계자의 관심은 안쪽에 있다. 유체가 어디로 흐르고, 어떤 모양의 금속 벽을 사이에 두고 열을 주고받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안쪽 공간을 더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금속 3D프린팅이 에너지 분야에서 연구되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완성품의 복잡한 외관보다 이 질문에서 출발하는 편이 낫다.

2026년 8월 27일 미국 사바나리버국립연구소(SRNL)와 3D Systems가 발표한 공동 연구 협약도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발표는 내부 냉각 유로가 있는 열교환기, 원자로 내부 부품, 펌프와 밸브를 후보로 제시하고 소재·장비·AI/ML 기반 공정 최적화를 함께 다룬다.[1][2] 이번 소식을 기존 연구와 연결해 보면, 금속 3D프린팅이 넓히는 설계의 선택지와 실제 부품에 쓰기 위해 넘어야 할 단계가 함께 보인다.

1. 금속 안쪽의 ‘길’을 다시 설계한다

열교환기는 뜨거운 쪽과 차가운 쪽 사이에서 열을 전달한다. 이때 설계자는 내부 통로의 모양과 배치를 바꾸며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지 살핀다. 하지만 설계할 수 있는 모양과 경제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모양은 항상 같지 않다.

열은 뜨거운 유체에서 금속 벽으로, 그 벽을 거쳐 차가운 유체로 전달된다. 따라서 열을 주고받는 면적과 금속 벽의 두께·재질, 유체와 벽 사이의 열 전달 특성이 함께 작용한다.[7] 안쪽 통로를 바꾼다는 것은 단지 외관을 복잡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이 열 전달 경로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미국 에너지부가 소개한 메릴랜드대 연구 사례에는 이 간극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기존 제조 방식으로는 복잡해서 상용화하기 어려웠던 열교환기 설계를, 3D Systems의 금속 프린팅으로 시제품화했다. 비정형적인 형상을 활용하고 열교환기를 한 덩어리로 만들도록 설계했으며, 독특한 설계의 시제품 제작에 걸리는 시간을 수개월에서 수주로 줄였다고 보고했다.[3]

여기서 배울 점은 ‘복잡한 것은 무엇이든 출력하면 좋다’가 아니다. 기존 방식으로 경제적으로 만들기 어려웠던 설계안을 제작하고, 더 일찍 더 자주 시험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설계 변경과 시험 사이의 간격이 줄면, 한 번 정한 형상에 머물지 않고 다른 안을 시도할 여지가 생긴다. 이 사례는 건물 냉난방용 열교환기 연구이지만, 내부 유로를 후보로 제시한 SRNL 협약을 이해하는 데도 유용한 배경이 된다.

paste.png열교환기의 내부 유로를 설명하기 위한 AI 개념 이미지. 아래 연구의 시제품이나 SRNL 장비를 재현한 사진이 아닙니다.

2. ‘성능 향상’이라는 말을 숫자 하나로 읽으면 안 되는 이유

설계의 자유가 실제 성능으로 이어지는지는 비교 시험에서 드러난다. 2020년 발표된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 연구진 등의 열교환기 논문은 이 과정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중심부에 통로를 조밀하게 배치하기 위해 삼각형 같은 비원형 단면을 사용하고 레이저 분말 베드 융합 방식으로 시제품을 제작했다. 금속 분말층의 필요한 부분을 레이저로 녹여 쌓는 적층제조 방식이다.[4]

비교 대상은 시판 5kW급 열교환기였다. 연구진은 기준 제품과 여섯 가지 시험 구성을 세 가지 유량 조건에서 비교해 총 21회 시험했다. 그중 두 구성은 기준 제품보다 총괄 열전달계수가 16~32% 높았다. 총괄 열전달계수는 두 유체와 금속 벽을 통한 열 전달 특성을 묶어 나타내는 값이다. 열 전달 면적과 두 유체 사이의 온도차가 같다면, 이 값이 클수록 단위 시간에 더 많은 열을 전달할 수 있다.[7] 논문은 동시에 제안한 열교환기가 모든 측면에서 기준 제품보다 우수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4]

이 숫자는 ‘3D프린팅을 하면 에너지 설비의 효율이 32% 오른다’는 뜻이 아니다. 특정 형상과 시험 조건에서, 특정 성능 지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말한다. 이 연구 또한 SRNL 협약의 성과나 원자로용 열교환기 실증 결과가 아니다.

그렇다면 독자가 가져갈 지식은 분명하다. 열교환기 사진이 얼마나 복잡해 보이는지보다, 어떤 내부 설계를 어떤 제품·유량 조건과 비교했는지가 기술의 가치를 설명한다. 같은 3D프린팅 시제품이라도 시험 구성에 따라 결과가 달랐다는 사실은, 제조 방식의 이름만으로 성능을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3. 같은 재료 이름만으로는 완성된 부품을 설명할 수 없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형상과 열 성능만으로 이야기가 끝나지 않는다. 소재를 어떤 공정으로 만들었고, 만들어진 부품이 어떤 특성을 갖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SRNL 협약에 소재와 장비, 공정 최적화가 함께 등장한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차이를 구체적으로 살핀 별도의 연구가 있다. 2021년 발표된 ORNL 연구진 등의 논문은 레이저 분말 베드 융합으로 만든 316L 스테인리스강 부품이 정해진 용도와 기준에 맞는지 확인하는 적격성 평가 경로를 비교했다. 계산 모델, 제조 중 측정, 제조 후 특성평가, 단순한 형상과 복잡한 형상의 기계적 시험을 함께 다뤘다.[5]

후처리의 영향도 확인했다. 그중 HIP는 금속에 높은 온도와 압력을 가하는 열간등방압가압 공정이다. 해당 연구에서는 HIP를 적용해 부품의 물성 편차를 줄이고 기존 산업표준의 요구를 충족하는 결과를 얻었다. HIP 적용이 어려운 경우를 위한 다른 평가 경로도 검토했다.[5]

즉, ‘316L로 출력했다’는 재료명 한 줄에는 제조 중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후처리를 거쳤는지, 실제 시험에서 특성이 얼마나 일관됐는지가 담기지 않는다. 소재명은 출발점이고, 공정 기록과 시험 결과가 붙어야 그 부품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배경에서 보면 협약에 등장하는 AI/ML도 읽는 방식이 달라진다. 발표가 제시한 것은 AI와 머신러닝을 이용한 공정 최적화의 개발 방향이다.[2] EyeContact는 이를 소재와 장비, 제조 중 얻는 정보, 최종 부품의 특성을 서로 연결하려는 과제로 읽는다. AI라는 명칭 자체보다 그 연결을 어떤 데이터와 시험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해석이다.

4. 원자로에 들어갔다 나온 3D프린팅 부품이 있다

그 연결이 실제 사용 환경의 시험까지 이어진 사례도 있다. ORNL은 2025년 7월, 금속 3D프린팅으로 만든 316H 스테인리스강 실험 캡슐 두 개를 고유속동위원소연구로(HFIR)에서 시험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소개한 316L 연구와는 재료 등급과 연구 목적이 다른 사례다.[6]

이 캡슐은 원자로 안에서 방사선에 노출시켜 시험할 시료를 담는 용기다. 시료를 담는 동시에, 실험 내부의 압력과 내용물을 가두는 경계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캡슐을 출력한 뒤 조립하고 원자로 투입을 위한 적격성 평가를 거쳤다. 캡슐은 한 달 동안 방사선 조사 시험을 거친 뒤 온전한 상태로 회수됐다.[6]

이 사례가 흥미로운 이유는 금속 출력물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단계에서 더 나아갔기 때문이다. 사용할 목적이 정해졌고, 조립과 평가를 거쳤으며, 실제 원자로 안에서 수행한 시험의 기간과 회수 상태가 공개됐다. 그렇다고 이 한 사례가 모든 3D프린팅 원자력 부품의 장기 사용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재료와 용도의 실험 캡슐에서 확보한 성과로 읽어야 한다.

설계와 시험의 거리를 이렇게 좁혀가는 작업은 새로운 부품 개발의 토대가 된다. 내부 구조를 바꾸는 시도, 제조한 재료의 특성을 확인하는 과정, 실제 환경에서 얻은 결과가 각각 있어야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 설명할 수 있다.

아이컨택의 시선: 출력할 모양보다, 바꿀 기능부터 찾는다

이번 SRNL–3D Systems 협약을 ‘원자력 부품도 3D프린터로 만든다’는 소식으로만 읽으면 중요한 부분을 놓친다. 두 기관은 소재와 장비의 개선부터 공정 최적화까지 연구 범위를 묶었고, SRNL은 장비 설치와 상주 적층제조 전문가의 지원도 밝혔다.[1] EyeContact는 이를 새로운 설계안을 산업에서 쓸 수 있는 부품으로 이어가려는 연구 기반으로 본다.

이 관점은 3D프린팅 도입을 고민하는 제조업 독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열교환기라면 기존 부품의 겉모양을 그대로 출력하는 데서 출발하기보다, 내부 통로를 바꿔 어떤 열 전달 성능을 개선하려는지 먼저 정해보는 것이다. 그러면 시제품은 목표한 기능을 시험하는 대상이 되고, 기존 제품과 같은 조건에서 비교한 결과가 다음 설계를 결정하는 근거가 된다.

금속 3D프린팅의 설계 자유와 제조·시험 데이터는 함께 봐야 한다. 앞서 살펴본 연구들이 보여주는 가능성도 여기에 있다. 만들 수 있는 형상이 늘어나는 만큼 시험할 수 있는 설계안이 넓어지고, 그중 실제로 유용한 안은 비교와 검증을 거쳐 드러난다. 이번 협약의 가치를 볼 출발점도 멋진 출력물 한 장보다, 그 과정을 연결할 수 있는 연구 역량에 있다.

출처

  1. SRNL, 공동 연구 협약 발표(2026.8.27)
  2. 3D Systems, 협약의 개발 분야와 부품 후보(2026.8.27)
  3. 미국 에너지부, 메릴랜드대 열교환기 연구 사례
  4. Sabau 외, 열교환기 설계·제작·성능 비교(2020)
  5. Hensley 외, 원자력 응용을 위한 적층제조 부품 적격성 평가 경로(2021)
  6. ORNL, 3D프린팅 실험 캡슐 원자로 시험(2025.7.18)
  7. 미국 에너지부, 열역학·열전달·유체유동 기초 핸드북 Vol.2, HT-02 p.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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